어렸을 때부터 있던 아토피 피부염이 아홉 살이 되던 해에 악화되었습니다.

그때부터 먹는 것, 입는 것, 바르는 것까지

모든 선택의 기준을 피부에 맞추게 되었습니다.

그러다 보니 향수는 고사하고 섬유 유연제조차 사용할 수 없어

저의 유년 시절은 향기와 거리가 아주 멀었습니다.

그러던 중, 열다섯 번째 생일에 친구로부터 저의 첫 향수를 선물 받게 되었죠.

'세상에 이런 향도 있구나' 

난생처음 경험했던 향수는 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

나아가 전에 없던 새로운 예술처럼 느껴졌죠.

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학업과 취업 준비에 향은 다시 서서히 잊혀갔습니다.

'나는 어떤 사람이며,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가'에 대해 고민해 볼 틈 없이

보이지 않는 답답함과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 무작정 남들을 따라가기 바빴죠.

그러다 어느 날 저는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대뜸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.

"나는 뭘 좋아해? 잘하는 게 뭐지?"

그리고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렇게 대답했죠.

"너 향수 좋아하잖아"

돌이켜보면 이 사실을 잊고 살던 게 이상할 정도로 저는 향수를 유난히 좋아했습니다.

고가의 향수를 구매할 수 없었던 대학생 시절,

시향 하고 싶었던 제품을 20~30개씩 메모를 한 후 시향을 하러 도처를 돌아다녔죠.

그리고 시향지들을 봉투에 넣어 집에 가져와 가족과 향 감상회를 열곤 했습니다.

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곧장 아카데미에 문을 두드렸고

조향 교육과정을 통해 수료증과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.

이후 '청년 창업 지원 사업'에 선정되어 베르프가 시작되었습니다.